3류 관광엽서사진관

리뷰 +27

56.2 참고자료

리뷰2014. 6. 17. 16:29

1. 피케티 스스로의 요약(슬라이드), Science지 기고, LSE 강연

Thomas Piketty, "Capital in the 21st Century"


Thomas Piketty and Emanuel Saez, "Inequality in the long run"


[2014.7.19 업데이트] LSE 강연, 2014년 6월 16일, 포드캐스트, 강연용 슬라이드 다운로드 가능


[2015.1.30 업데이트] Potemkin 지 인터뷰, "Interview: Thomas Piketty Responds to Criticisms from the Left"


[2015.8.28 업데이트] 동경대학교 강연 (영어 자막 있음, iTunes U로 연결)


2. 그 간의 Piketty 비판을 요약

Justin Wolfers, "Inequality and Growth"


2.1 Piketty의 성장 모형에 대한 비판

Debraj Ray, "Nit Piketty"


Per Krusell and Tony Smith, "Is Piketty’s “Second Law of Capitalism” Fundamental?"

(수리 모형이 없는 요약문, Is Piketty’s ‘Second Law of Capitalism’ fundamental?)


2.2 Piketty의 자료에 관한 비판

Chris Giles, "Data problems with Capital in the 21st Century"(로그인 필요할 수 있음)


Thomas Piketty, "Piketty response to FT data concerns"(로그인 필요할 수 있음)


Branko Milanovic, "My view on Piketty's critique by the FT"


Odran Bonnet, Pierre-Henri Bono, Guillaume Chapelle and Etienne Wasmer, "Does housing capital contribute to inequality? A comment on Thomas Piketty’s Capital in the 21st Century"


Jason Furman, “Global Lessons for Inclusive Growth”


3. 그 외 참고할만한 서평


John Cassidy, "Piketty's Inequality story in six charts"


Robert M. Solow, "Thomas Piketty Is Absolutely Right"


Paul Krugman, "Why We’re in a New Gilded Age"


Justin Fox, "Piketty's "Capital," in a Lot Less than 696 Pages"


Tyler Cowen, "Capital Punishment: Why a global tax on wealth won't end inequality"


Lawrence H. Summers, "The Inequality Puzzle"


[2014.6.20 업데이트] Branko Milanovic, "The Return of 'Patrimonial Capitalism': A Review of Thomas Piketty's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유료, 기관 회원은 다운로드 가능, 공개된 초기 버전 다운로드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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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않은 책을 우선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아래 내용은 언제든 바뀔 있음. 굳이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견해가 궁금해서. kindle 버전을 기준으로 해당되는 내용의 페이지를 적었지만, 인쇄된 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음.)


자녀의 학벌은 할아버지의 부가 결정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한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젊은 세대의 푸념이나, 그래도 박정희 시대가 좋았다는 나이든 세대의 한탄은 2014 현재 우리가 술자리에서 쉽게 나누는 이야기 거리이자 결론이다.


이는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특징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아직 번역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 대한 지대한 관심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을 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어쩌면 지금까지의 많은 찬사와 더불어 점점 늘어가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자 내가 흥미로워 하는 점은, 현대 경제학과의 차별성을 선언하고 이를 매우 오래된 방식과 함께 엄청난 수고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극찬했듯, 책은 경제 성장이라는 거시 문제와 소득 분배라는 미시 문제를 통합하고, 문제를 제시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과 광범위한 공간을 아우르는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을 넘어서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문학까지 폭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자신의 책이 경제학이자 역사학(p. 1) 되기를 원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산수(!)만으로도 문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2007-8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이 수리 모델에 매몰되고 제도와 역사를 아우르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새로운 경제학은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수도 있다. 합리적 개인을 상정하고 그러한 대표적 행위자의 경제 행위(어쩌면 인간 행위 모두) 설명하는 방식의 연역적 접근이 현대 경제학의 주된 방식인데 반해, 피케티는 19세기 후반까지에만 지속되었던 역사학파의 귀납적 접근과 유사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최대한 광범위한 역사 자료를 모으고, 이를 통해 사실과 유형을 확인하여 국가간 비교를 하고, 실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찾을 있기를 희망하며, 이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질 있기를 바란다고 선언하고 있다.(p. 16)


피케티의 경제학에 대한 관점은 경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과 더불어, 무엇이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 되어야할 것이냐의 문제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약이 존재할 인간이 어떤 합리적 선택을 하는가로 정의함으로써 모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응할 있도록 장을 넓힌 현대 경제학과 달리 전통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 부의 생산, 분배, 소비, 교환에 관환 문제가 경제학의 영역이며, 이에 대해 여전히 우리는 충분한 답을 하지 못해 왔고 자신은 이전에는 없었던 자료로 분배 문제를 다룰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pp. 15-16)


자료로 만들어 역사적 사실과 직관적인 경제 논리 체계로 만들어진 피케티의 주장은, 지금까지 읽은 정도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있다.


주장 1. 자료를 , 지난 200여년간 자본/소득 비율(분석 시점까지 축적한 자본 총량(capital stock) 분석 시점에서의 연간 소득(income flow)) 소득 상위 10%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은 수준에서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졌다.(pp. 24-25)


주장 2. 자본/소득 비율이 U 형태의 불평등을 보이는 이유는 'r > g', 자본수익률(r) 경제성장률(g)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임금소득(경제성장률과 연관되므로)보다 자본소득(자본수익률과 연관되므로) 높은 상황이 발생할 있다.(p. 26) , 저축률이 높을 수록 아니면 성장률이 낮을 수록 자본/소득 비율은 높아진다.(p. 55) 그러므로, 전체 소득에서 자본으로 인한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것이다. 다른 말로 자본 소유자의 소득 집중이 높아질 것이다.


주장 3. 그런데, 불평등에 대한 반응이 개개인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문제(p. 2)이고, "불평등  자체가 필연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며, 핵심이 되어야 질문은 어떻게 불평등이 정당화되며, 이유는 무엇인가를 정하는 문제(Inequality is not necessarily bad in itself: the key question is to decide whether it is justified, whether there are reasons for it., p. 18.)"이다


[이를 , 피케티는 'r > g'이기 때문에 자본 소득이 있는 사람과 노동 소득만을 가진 사람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지는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격차가 심리적으로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는가 또는 격차의 이유가 납득할 만한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닌가? 처음의 상속 재산 경제성장에 대한 통념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


주장 4. 'r > g' 상황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상속된 (=자본) 갖고 있는 사람이 임금 소득자보다 부를 축적할 밖에 없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이 되는 능력주의의 가치나 사회 정의의 원칙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부가 집중될 수도 있다.(p. 26)


주장 5.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불평등이 심화될 있다. 이민과 자연변화(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높은) 모두 포함해서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상속된 부의 중요성은 떨어질 밖에 없다. 이민자의 경우 대부분 축적한 부를 갖지 못한 상태이므로 임금을 저축해야만 상속할 부를 형성할 있으므로, 상속할 부의 크기는 자연 증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그리고 인구가 자연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세대에서 1인당 상속 재산의 (1/n) 줄어들 밖에 없다. 인구증가율 감소는 반대의 상황을 만듦으로써 상속된 부의 중요성을 높일 것이다.


이보다 " 중요하고 모호한 메커니즘"이기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할 수록 모든 세대에서는 새로운 기능이 창조되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능력은 부분적으로만 세대 이전되므로 사회 이동성이 높아질 있다. 사회 이동성의 증가가 필연적인 소득 불평등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부의 불평등 재생산과 확대를 제한할 것이고 따라서 장기에는 어느 정도까지 소득 불평등을 제한할 것이다. 하지만 인구증가율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반대의 메커니즘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일어날 것이다. (pp. 83-85) 


주장 6.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낮아질 것이다. 지난 300년의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은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경제 성장보다 인구 성장이 먼저 나타났지만, 이미 낮은 인구 성장 또는 인구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 경제 성장도 시간과 지역의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경로(종형 곡선) 밟을 것이다.(pp. 99-101)


주장 7. 거시 경제적으로 자본소득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미시적으로 상위 소득자로의 소득 집중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업 고위 관리자와 다른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고위 관리자가 많은 소득을 갖는 것은 이들이 다른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련도와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생산성과 무관하거나 상한선이 없게 자신의 보수를 정할 있는 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자의 설명이 그럴듯 하고, 증거와도 일치한다. (p. 24) 


주장 8. 그런데, 1920년대-1960년대에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감소했는가? 이유는 순수한 경제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없으며, 선진국의 불평등 감소는 전쟁의 결과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1980 이후 불평등의 부활도 조세와 재정과 관련된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p. 20)


주장 9. 종합해 , 앞으로의 저성장 체제에서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대한 전세계적인 누진세와 같은 공적 제도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p. 27)


피케티가 장황하게 서론에서 설명한 경제학 자체와 경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그리고 자신의 학문적인 여정보다, 위의 주장 단계에서 떠오르는 많은 질문거리가 흥미롭다.


(이후는 앞으로 읽으면서 확인해 나가야할 큰 질문)


1. 지니계수를 사용하지 않았는지?(pp. 266-270)

2. 세부적인 자료 처리 방식. 그런데 과정의 오류는 장기시계열을 다루다보면 피할 없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FT 비판은 제한적이지 않을까?

3. r > g 경험인가 아니면 수리 모형의 결과인가?

4. 균형이라면, k/y = s/g ? s, g 크기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5. 역사적 패턴 이외에 저성장 체제를 예상하는 근거는?

6. 또한 얼만큼을 저성장으로 부를 것인가?

7. 궁극적으로 사회가 정당화하는 불평등의 정도는? 다른 ,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것의 의미는? 즉,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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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절에 배달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졌지만, 1999년 겨울의 Yellow Submarine Songtrack 만큼의 감흥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원래 녹음이 그렇다는데, 과도한 스테레오 분리가 흠이라면 흠일까. NPR에서 들려준 모노 레코딩도 좋던데, 모노 박스 세트를 살 형편까지는 아니고. 사과 로고가 꼭 음표처럼 늘어선 느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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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끊임없이 사람을 시험하고 경쟁시킨다. 쓸모가 없어진 부하를 서로 제거하게끔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부하를 들일 때도 싸움을 붙여 살아남는 자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심지어 거짓 정보를 흘려 배트맨을 평생의 고통 속에 밀어 넣고 새로운 악당을 만들어 낸다.

가장 흥미로우면서, 또 영화의 바닥에 깔린 의미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임은 마지막에 벌어진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고담시를 떠나는 두 척의 배가 있다. 한 척에는 죄수와 경비대만 타고 있고, 다른 한 척에는 시민과 방위군이 있다. 두 척의 배 모두에 엄청난 양의 폭탄과 기름이 실려 있고, 각 배는 상대방 배의 기폭 장치를 갖고 있다. 조커는 두 척 모두의 기폭 장치를 갖고 있다.

조커는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 실험(social experiment)'을 한다. 기한은 12시까지. 조커는 먼저 상대의 배를 폭파하는 배는 살려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 척 모두를 폭파시킬 것이다.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은 도망칠 수 없다. 즉 어느 한 쪽도 기폭 장치를 누르지 않으면 모두 죽을 것이다.

일단 조커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는 항상 스스로를 신의의 인간(I'm the man of my word)이라고 부르니까. 배에 타고 있는 각각의 사람은 살아남는 경우 1의 보상을, 죽는 경우 0의 보상을 받는다. 그러므로 이 게임에서 행위자의 선택에 따라 얻게되는 이득을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업계 용어로 이를 보수 행렬(pay-off matrix)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로 표현된 위 보수 행렬을 일반적인 형태로 바꿔보자. 죽는 경우 d(death)의 보상을, 살아남는 경우 s(survival)의 보상을 받고, d와 s 모두 0 보다 크다면, 보수 행렬은 다음과 같이 전환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게임의 해는 매우 간단하다. 상대가 기다림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면 나는 폭파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s>-d)하고, 상대가 폭파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면 나는 기폭 장치를 누르거나 기다리거나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얻는 이득(-d)에서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나는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를 폭파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두 배는 모두 역설적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 죽여버리게 된다. 개개인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 결과는 상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므로, 이 게임의 결과는 전체의 이득(welfare)을 낮추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유사하다.

영화에서처럼 일정 시간이 주어졌고,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어느 한 쪽이 폭파되지도 않았으므로, 이 게임을 시간흐름에 따른 전개형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폭파를 선택하는 것이 각자 스스로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결국 양쪽은 기폭장치를 누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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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절반을 훌쩍 넘어 버렸지만, 잊지 않기 위해.

1. 명불허전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 2006)
내가 너를 엿보는 것이, 내가 나를 엿보는 것일될때, 세상이 달라진다.

p.s. 펜대만 굴리는 자가 어떻게 민폐를 끼치고, 그럼에도 살아남는가를 보여줌.

원스(Once, 2006)
이 영화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래도 지구상에서 인간이 무의미한 행동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Falling Slowly는 결혼식때 불러 보고 싶은 노래.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 2006)
좌파들은 스페인 내전을 인류 유일의 정의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전쟁에 정의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세상이야 말로 환타지.

몬도비노-포도주 전쟁(Mondovino, 2004)

EBS 다큐멘터리 주간에 우연찮게 본 영화. 너무 재미있어서 DVD까지 사고 말았다.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다국적 와인 회사, 이들의 와인을 평가하는 평론가, 와인 제조에 조언을 하는 컨설턴트의 음흉한 삼각동맹 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와인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대조시켜 나간다. 마이클 무어식으로 직접 때리는 것보다 훨씬 윗길. 1000년 가까이 와인을 만들어온 이탈리아의 후작이 부인에게 꼼짝못하는 모습이나, 와인 회사에 취직했다가 아버지와 오빠가 경영하는 와이너리로 돌아오려는 딸의 이야기 등, 사람과 와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서양애들이 사는 모습을 실감나게 찍은 편이라 개도 자주 나옴. 반세계화 진영 혹은 좌파가 우파보다 확실히 잘하는 것은 해학과 유머. 

2. 그럭저럭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불임에 시달리는 지구, 이민자 문제와 폭동, 디스토피아 등 SF의 일반적인 소재로 그럭저럭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만, 마지막 전투씬은 기가 막힐 정도의 박진감을 보여줌.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 1998)
여행의 최대 로망은 우주 여행.

300(300, 2006)
'무사'의 정우성 같아서, 대사를 읊기 시작하면 영화가 골로 가지만, 대사만 없으면, 팬티 하나 걸친 거친 남자들의 화살도 튕겨낼 것 같은 단단한 가슴 근육과 칼로 베이지도 않을 것 같은 튼실한 허벅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폼생폼사의 영화.

3. 빈수레가 요란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 2005)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는 차포 없는 장기꾼, 임동창 없는 장사익의 찔레꽃, 키스 리처드 없는 롤링 스톤즈.

4. 기타등등
디파디드, 플러쉬, 박사가 사랑한 수식, 007 카지노 로얄, 박물관이 살아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사랑해, 파리', 향수, 캐쉬백(단편), 초속 5cm, 시간을 달리는 소녀, 본 얼티메이텀, 블랙 달리아, 파프리카, 조디악, 탱고 레슨, 노다메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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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08. 6. 9. 18:33
나라 걱정에 공부가 안된다는 것은 뻘소리고,

논문쓰느라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은 길어지고,

덩달아 인터넷 뉴스 실시간으로 보는 시간도 같이 늘어나고,

그래도 남는 것은,

'사랑과 평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레고로 재현한 역사적 순간들 (마라도나의 신의 손도 포함되어 있다.). 아래는 원본 사진.
http://www.flickr.com/photos/balakov/sets/72157602602191858/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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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불허전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정소연 옮김, 북스피어)
장르 소설 특히 SF에서 걸작으로 취급받는 소설의 상당수는 다른 명작들이 그러하듯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주제로 삼은 것들이다. 이 소설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둠의 속도 상세보기
엘리자베스 문 지음 | 북스피어 펴냄
2004년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 자폐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2004년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으로, 작가는 시종일관 냉정할 정도로 차분하게 서술하며,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아주 세밀한 인물의 내면까지 구석구석 탐구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태아나 영아기 때 모든 신체적 장애를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근미래.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은 장애인으

소설은 자폐인의 내면과 간간히 자폐인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주변의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가 자폐인을 20년간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해서인지 자폐인의 사고 방식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소설의 제목은 어둠을 빛의 대쌍으로 생각한다면, 어둠이 언제나 빛보다 빠르기 때문에 빛 보다 앞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일까라는 주인공 루의 질문에서 가져온다.

루는 자폐인이지만, 따라서 일반인과는 다른 인지 패턴을 갖고 있지만, 미래 의학 기술의 발달로 조기 치료를 받아 일반인의 언어 능력과 행동을 모사할 수 있다. 그 덕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독립 생활을 하고 직장도 갖고 있으며, 펜싱을 취미로 배우기도 한다. 루는 여러 사건과 경험, 특히 펜싱 레슨을 통해 겪게 되는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통해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더욱 잘 살펴보게 된다.

어느날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자신이 다니는 개발되었고 이를 자폐증이 있는 자신과 직장 동료들에게 시험하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신약 개발에 대한 윤리 규정을 어긴 것이어서 직장 상사가 행정 처분을 받게 되지만, 루는 그것보다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자폐증이 없는 자신이 나 자신인가의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2. 그럭저럭

다윈의 라디오
(그레그 베어 지음/최필원 옮김, 시공사)
인류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그리고 새로운 인류는 과연 등장할까?

다윈의 라디오 상세보기
그레그 베어 지음 | 시공사 펴냄
진화의 다음 단계에서 인간은 끝장이다! '하드 과학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그레그 베어의 소설. 1984년 이래 두 번의 휴고 상과 다섯 번의 네뷸러 상을 수상한 작가는 우주탐험에서 분자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최신이론을 가져와 흥미진진한 과학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2000년 네뷸러 상과 2000년 인디버 상 수상작인 이 책은 다양한 소재를 추구하며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쳐낸 작가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작품이


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사소한 듯 보인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크게 크게 번져 나간다. 결말은 쉽게 보인다.

벌집에 키스하기 상세보기
조너선 캐럴 지음 | 북스피어 펴냄
작은 마을 크레인스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놀라운 이야기들 <웃음의 나라>의 작가 조너선 캐럴이 쓴 [크레인스 뷰 3부작]에 해당하는 작품. [크레인스 뷰 3부작]은 뉴욕 근교의 작은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연작 소설로, <벌집에 키스하기>는 슬럼프에 빠진 인기 작가 샘 베이어가 고향 마을을 찾아 휘말리게 되는 살인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다. 베스트셀러 작가 샘 베이어는 어렸을


키리냐가 (마이크 레스닉 지음/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전통의 물적 기반이 사라진 사회에서 어떻게 전통을 이어나갈 것인가. 외부의 도움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외부와의 문화적 단절이 가능할까에 대한 사고 실험? 하지만 이를 보여주기 위한 에피소드와 결론은 식상하다.

키리냐가 1 상세보기
마이크 레스닉 지음 | 열린책들 펴냄
과학소설의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장편소설. 아프리카의 키쿠유 부족이 자신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지구 밖 소행성에 건설한 유토피아.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존재했던, 잃어버린 유토피아에 대한 우화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면서 들려주는 소설. 양장본.


귀족탐정 다아시경: 나폴리특급 (랜달 개릿 지음/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마술이 과학의 지위를 차지한 가상의 세계에는 셜록 홈즈와 왓슨 대신 다아시 경과 마법사 숀이 있다. 여전히 시간 보내며 읽기 편한 소설.

나폴리 특급 살인(행복한 책읽기 SF 총서 10) 상세보기
랜달 개릿 지음 | 행복한책읽기 펴냄
사이드와이즈 상 수상작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3부작 완결판. 이 책은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걸작 중단편집으로, 정치적 양분화로 더욱 혼재된 20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더욱 치밀해지고 교묘해진 살인에 맞선 다아시 경의 해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달리는 특급 열차에서 벌어진 또 다른 밀실 살인을 다룬 표제작 <나폴리 특급 살인>을 비롯해, 밀실 살인을 다룬 작품 중 걸작이라는 평


갈릴레오의 아이들 (그렉 이건 외 지음/가드너 도조와 편집/김명남 외 옮김, 시공사)
편집자로 유명한 도조와의 선집.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다루는 소설들을 수록하고 있음. 하지만 인상적인 소설은 없음.

갈릴레오의 아이들 상세보기
가드너 도조와 지음 | 시공사 펴냄
인기 있는 과학소설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과학소설계의 유명 편집자 가드너 도조와가 '미신을 상대로 한 과학의 투쟁'을 주제로 엮은 과학 단편 선집. 어슐러 르 귄, 키스 로버츠, 조지 R. R. 마틴, 그레그 이건, 에드거 팽본, 크리스 로슨, 브렌던 뒤부아, 제임스 앨런 가드너, 아서 C. 클라크, 폴 파크,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마이크 레스닉, 로버트 실버버그 등 이 시대 가장 인기 있는 과학소설과 환상소설


우주만화 (이탈로 칼비노 지음/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여행용 SF로는 너무 진지하다.

우주 만화(MR KNOW 세계문학 10)(페이퍼북) 상세보기
이탈로 칼비노 지음 | 열린책들 펴냄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으로 현실을 환상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으로 풀어낸 이탈로 칼비노 장편소설 『우주만화』.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공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측면에서 찌르는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번역자의 말과 작가연보를 함께 수록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작가의 이러한 환상적 상상력이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25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공


3. 빈수레가 요란
쌀과 소금의 시대 (전 2권, 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박종윤 옮김, 열림원)
흑사병이 유럽을 전멸시키고, 역사는 중국과 인도에서 만들어 간다. 윤회를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거대 서사이면서 주제는 우주로 날아간다. 그리고 서양인의 동양 이해의 한계를 보여준다.

쌀과 소금의 시대 1 상세보기
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 열림원 펴냄
유럽이 사라진 역사의 무대에서 세계사가 다시 시작된다! 로커스상 수상 작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대표작.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SF 작가라 손꼽히는 그가 쓴 이 책은 역자의 승자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바뀌었다는 가정하에 유럽 없는 세계사를 다시 쓴 대체역사소설이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해박한 인문학 지식과 사회학적 통찰력,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은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샹그리라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권남희 옮김, 열린책들)
이산화탄소 배출 기반 경제의 붕괴와 탄소 경제의 등장, 그리고 새로운 사회의 등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일본 신화와 연결시키면서 저자가 다루기 힘든 수준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간다.

샹그리라 상세보기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제6회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케가미 에이이치의 첫 장편소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가 제시하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SF적 감각과 만화적 상상력을 결합시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황폐해진 미래,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탄소 경제'가 지배하고 있다. 열대 도시로 변모한 도쿄는 높이 4천 미터의 공중 도시 '아틀라스'를 만들어 시민들을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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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River runs red

리뷰2008. 1. 4. 20:02
1990년 5월 30일 점심 무렵, 뉴욕 맨하탄의 엑슨(Exxon) 본사 앞에 대형 트레일러 한대가 멈춰섰다.

호주의 펑크 밴드 Midnight Oil이 "미드나잇 오일은 여러분을 춤추게 하지만, 엑슨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Midnight Oil Makes You Dance, Exxon Oil Makes Us Sick)."라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트레일러 위에서 깜짝 공연을 시작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이 공연에서 모두 6곡[각주:1]이 연주되었고, 이 장면은 흑백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이 공연은 한 해전인 1989년 3월 24일 엑슨사 소유 유조선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앞 바다에서 좌초하며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만(Prince William sound) 에 약 24만 배럴의 원유를 유출시킨 사고에 대해, 엑슨 사의 책임을 묻고, 환경문제를 이슈화 하기 위한 항의 시위였다. (엑슨 원유 유출 사고 관련 기사: 서울신문, 위키피디아(영문))

사태 발생 직후 뒤늦은 방제 조치로 엑슨은 비난을 받았다. 엑슨은 상당한 비용을 들이며 방제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25억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 지불은 거부하고 있다.

이 날의 레퍼토리 중 "River Runs Red"는 붉게 물든 강, 검은 비, 먼지만 남은 대지를 묘사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일 요구하고 있다.

미드나잇 오일은 환경, 원주민, 평화 문제를 음악으로 표현했던 유명 호주 밴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공연에는 호주 원주민에 대한 상징적 사과와 화해를 거부한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에게 항의하는 의미에서, 그의 면전에서 "미안합니다(SORRY)"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원주민 화해 문제를 주제로 한 "Beds Are Burning"을 연주하기도 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피터 개럿(Peter Garrett)이 정치적 활동에 전념하며 밴드는 해산했으며, 개럿은 200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원내에 진출했고, 최근 호주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환경, 문화, 이주민 문제 장관으로 입각했다. 공연 장면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으며, 이 영상의 판매 수익은 모두 그린피스(Greenpeace)에 기부되었다.

태안 앞바다로 몰려가는 자원 봉사자들을 볼때마다 대단한 분들로 감탄하지만, 그 보다 관련 책임 기업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더 보고 싶다.



  1. Dreamworld, Blue Sky Mine, Instant Karma, River Runs Red, Progress, Sometime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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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에도 어김없이 라디오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 나왔다.

이 곡에는 나름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때 음악선생님이 '음악교사 생활 25년 동안 너 만큼 노래 못하는 놈은 처음 봤다'라는 평을 하시면서, 가뜩이나 음악에 둔하다는 것에 자괴감이 있던 내게 대못을 박으셨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그래도, 교사로서 미안한 느낌이 있었는지, 음악을 잘 듣기라도 해보라고 했고,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면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이다'라는 취지의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말은 '여러 음악을 조목조목 따져 듣고, 마침내 9번을 들어서 이를 해석할 수 있다면, 음악을 많이 들었다 말할 수 있다(그럼으로써 음악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는 의도였겠지만, 나는 '9번 교향곡이 정말 좋으니, 꼭 들어라'라고 이해했다.


일요일이나 휴일 아침이면 아침마다 9번 교향곡을 들었다. 군대에 간 뒤로 그 습관은 없어졌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진은 런던의 하이드파크인가, 켄싱턴 파크인가의 화장실에서 찍은 베토벤 9번의 타일 악보.


그 뒤로 10년이 넘게 흘렀고, 예전처럼 정해놓고 듣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생각나면 찾게 되는 것이 9번 교향곡이다. 하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아직 음악 그 자체로 보다 정치적 의미로 더 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 곡의 정확한 명칭은 다음과 같다.

쉴러가 쓴 송가 '환희에 붙임'을 마지막 합창으로 한 대관현악, 4성의 독창, 4성의 합창을 위해 작곡되었으며,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폐하에게 심심한 경의를 가지고 루드비히 반 베토벤에 의해서 봉정된 교향곡 작품 125. 1826년 마인트 쇼츠 부자(父子) 출판사[각주:1]에서 출간한 교향곡 제 9번의 초판 스코어.

음악사적으로 서로 다른 두 교향곡을 연결시켰기 때문에 3악장과 4악장은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베토벤은 9번의 작곡을 1817년에 시작하여 1823년에는 3악장까지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는 당시 겪고 있던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를 고려하여 원래 교향곡 10번의 피날레로 예정되었던 환희의 송가를 9번의 마지막 악장에 결합시킨다. 그런 이유로 들으면 들을수록 악장간 통일성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쉴러의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의 작곡 동기였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 가사는 베토벤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1803년판 쉴러의 시의 열여덟 절 중 단지 절반만 사용했고 또 자신의 시적 관점에 따라 그것을 자유로이 편집한다.

O Freunde, nicht diese toene!
오 친구들이여, 이 가락이 아닌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men und freudenvollere!
더욱 즐거운 그리고 기쁨에 넘치는 노래를 함께 부르자!

Feunde schoener Goe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Tochter aus Elysium,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wir betrenen, feurtrunken,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Himmlische, dein heilgtum,
그대의 성스러운 곳에 들어가리!

Deine Zauber binden wieder,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그대의 매력이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Alle Menschen werden brueder,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된다.
wo dein sanfter fluegel weilt.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Wem der grosse Wurf gelungen,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아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만인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누구나
Wer ein holdes Weib errungen
여인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누구나
mische seinen Jubel ein!
이 환희에 그의 목소리를 더할 수 있게 하자

Freude trinken alle Wesen
환희는 모든 피조물이 누리는 것
an den bruesten der Natur,
태초부터 가슴에 안고
Alle guten, alle Boesn
모든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Folgen ihrer Rosenspur.
장미핀 환희의 오솔길을 간다.
Kuesse gab sie uns und Reben,
환희가 우리에게 준 입맞춤과 포도주
Eine freund, geprueft im Tod,
그리고 죽음조차 빼앗아 갈 수 없는 친구,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기쁨은 벌레에게도 주어지는 것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그리고 지품천사는 신 앞에 선다.

Froh, wie seine sonnen fliegen
수많은 태양이 기쁘게 움직이듯
durch des Himmels praecht'gen Plan,
하늘의 빛나는 계획에 따라
Laufen, brueder eure Bahn,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Seid umschlungen Millonen!
포옹하라! 만민들이여!
Diesen kuss der ganzen Welt!
온 세상은 키스하라!
Brueder! ueder'm Sternenzelt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Muss ein lieber, Vater wohnen.
사랑하는 주가 계시니,

Ihr stuerzt nieder Millionen?
억만의 인민들이여, 엎드려 빌겠느냐?
Ahnest du den Schopfer, welt?
세계의 만민이여, 조물주가 느껴지는가?
such'ihn ueber'm sternenzelt!
별의 저편에서 그를 찾으라!
Ueber sternen muss er wohnen.
별들이 지는 곳에 그는 있다.

그러나 악장간의 비일관성은 앞의 세 악장, 1, 2, 3 악장에도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1악장에서는 비극적인 느낌의 주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2악장은 상대적으로 발랄한 느낌이다. 이에 비해 3악장은 안정적이며 조화롭다.

그래도 악장 간의 부조화는 3악장과 4악장 사이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3악장이 끝난 후, 느닷없는 도입부와 함께 4악장이 시작하고 첼로가 나온 다음 , 다시 팀파니가 울려대고, 그리고 약간의 현악기로 긴장이 고조된 다음, 묵직한 음색의 첼로가 유명한 주제부를 연주한다. 악장의 주제가 상당히 뒷부분에 나오게 되는데, 그래서 어떤 음반에서는 이 부분만 따로 떼어 트랙으로 분리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으로써 이 곡이 전하는 유토피아적 메시지가 극대화 된다. 베토벤은 베이스의 서창에 대한 초고에서 이전의 악장 간에 나타나는 의도적 부조화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아니, 이러한 카오스는 우리에게 자신의 절망을 상기시킨다. 오늘은 기념일이다. 노래와 춤으로 이 날을 기리자.

첼로, 뒤이어 현악기가 주제부를 연주하고, 관악기와 팀파니가 곡을 변화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남성 독창이 나타난다. 남성 독창이 끝난 후 잠시 숨을 고른뒤에야 합창이 나타나고, 그럼으로써 감정을 고양시킨다.

한층 끌어올려진 감정은 상당히 빠른 속도의 코다로 이어진다. 첼리비다케 같은 지휘자는 이 부분을 매우 느리게 처리하지만, 감정의 고양이 극대화되었을 푸르트뱅글러의 51년 바이로이트 녹음은 인간의 연주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고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부분적으로는 부조화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아구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톱니바퀴 돌 듯 딱딱 맞아 떨어지기보다 어물쩡 돌아가는 인간 세상에 더 적절한 구성처럼 느껴진다.

9번 교향곡에서 강조하는 환희가 상징하는 바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는데, 다음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우리가 우리 문화의 위대한 긍정적 작품들에 묘사되고 있는 '유희(보상없는 노동)', 미, 형제애의 초월적인 영역들에 대한 의식을 상실한다면, 만일 우리가 교향곡 9번의 꿈을 상실한다면,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문명의 공포들에 대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아우슈비츠와 베트남에 반대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메이너드 솔로몬 외, 윤소영 옮김, 베토벤 '윤리적 미' 또는 '승화된 에로스')

즉 9번 교향곡에는 공유할 수 있는 내용과, 공유해야만 할 이유가, 또 공유를 가능케하는 마력이 있다. 명 지휘자 푸르트벵글러는 결코 9번 교향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합창을 공통의 경험으로 남겨야 하는 의미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야만과 환멸의 시대를 넘기 위해 년말이면 9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1. 현존 악보사 중 두번째로 오랜 회사로서 1748년 창업했다. 바그너의 악보를 독점 출판했고 몇 개의 잡지도 출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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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07. 12. 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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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Denise Villers, 자화상(추정)


the Met에서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그림 한 점.

Marie Denise Villers라는 19세기 초반 프랑스 여자 화가의 자화상으로 추측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01년의 살롱전에 걸렸다고 한다.

아마도 사회적 관계에서의 문제일텐데, 그 당시 많은 경우 여자 화가의 그림은 남자 화가의 그림으로 공개되었다고 한다. 저 그림도 얼마전까지는 David의 작품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은 그 자체로서 작가가 여성일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또렷한 시선으로 상대를 응시하는 그림 속 여자의 모습이 자신의 소수자적 처지에 대한 냉소와 절망, 자기 분야에 헌신을 하는 사람 특유의 자신감과 한편으로의 후회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마치 싸우는 듯 또는 포옹하고 있는 것처럼 연인을 보면, 마음속의 불안감, 내가 연애를 다시할 수 있을까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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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07. 12. 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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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zanne, Man with Crossed Arms


The Met에서는 세잔의 초상화 한 점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초상화 제목에 사람 이름도 없고 그냥 팔짱을 낀 사내(Man with Crossed Arms)라고만 적혀 있었다.

사시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얼굴부위의 시선과 비례가 옆으로 기울어져 있고, 어깨선과 아래쪽 벽선도 그렇다. 그리고 왼쪽 팔도 이상한 형태를 띠고 있다. 팔과 손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세잔의 다른 정물화에서처럼 한 화면에 다중의 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구도 보다는,

입가의 작은 냉소와 째려보는 눈. 게다가 팔짱 낀 자세, 이런 표정과 자세의 사람이 의례히 풍기기 마련인 오만하고 고집 센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내가 딱 좋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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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작품으로만 친다면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에 가 보고 싶었다. 뉴욕 구겐하임에는 무엇이 있는 지 잘 몰랐다. 뉴욕의 솔로몬 구겐하임은 건물이 더 보고 싶었다. 구겐하임에서 최고의 수확은 특별 사진전 Speaking with Hands 였다. 개인 컬렉션으로는 참으로 방대한 양이었다. 그것도 손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수집된.

사용자 삽입 이미지

Gabriel Orozco, My Hands are My Heart



사진은 캡션이나 제목을 통해서(심지어는 캡션이나 제목이 의미를 바꾸어 버리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기 마련인데, 이 사진은 그 자체로서, 제목이 없이도 그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

'손'이 중심이고 전부 '손'을 전면에 내새운 것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또 나뉘어서 전시되고 있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의 소주제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갓난아기의 손을 찍은 사진과 죽어가는 어린 아이의 손을 찍은 사진은, 사진이 줄 수 있는 충격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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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07. 12. 29. 22:20
단순한 선 몇 개로 사람을 표현하고 있는 Keith Haring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정말 우연한 장소에서 이 사람 작품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SF MOMA 맞은 편 건널목에 서 있는 조형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Nob Hill의 Grace Cathedral에 볼 일 보러 들어갔다가, 볼 일은 못보고 찾은 AIDS Interfaith Memorial Chapel의 제단화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Keith Harring,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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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ide Table

리뷰2007. 12. 29. 22:19

파리가 인상파의 주무대라면 미국, 특히 뉴욕은 현대추상미술의 본산이지 않을까 넘겨짚어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뉴욕의 MOMA는 재개관 준비중이었고, 전시품의 일부만이 퀸스에 남아 있었다. 휘트니도 또다른 선택이 될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퐁피두 센터에서 한 번 데인 이후로 현대추상미술을 굳이 찾아가서 보고 싶지는 않았다.

현대추상미술을 보면 '타르코프스키의 느림을 음악에서 강요받고 싶지 않아 첼리비다케는 듣지 못하겠다'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휴식의 일환인 미술작품 감상을 '이것이 파이프이냐 아니냐'로 골머리썩혀가며 보고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침 일정중 샌프란시스코의 MOMA가 공짜인 날이 있길래 다녀왔다. 공짜여서뿐 아니라 팝아트 특별전이 있었다.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등 유명한 팝아트 작가들은 죄다 모여 있었다.

뉴욕만큼은 아니겠지만, 서부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어느 정도 미술계의 중심일테니 꽤 충실한 컬렉션이 아닐까 기대했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Pop Art는 심심한 장르였다. 그것은 마치 풍요로운 미국이 주는 이미지가 찰라의 만족감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같았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남아공 출신이라는 William Kentridge의 애니메이션과 드로잉들이었다. 특히 Tide Table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는 데, 목탄을 이용해서 그린 듯 하고, 따라서 소재 특유의 굵은 선이 강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게다가 작품의 내용도 녹록치 않아서, 남아공의 정치/사회적 문제, 특히 AIDS로 인한 사망을 강하게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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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Burnand, Les Disciples


오르셰는 대단했다. 친구 말대로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은 여기에 다 있었다. 인상파를 중심으로 한 컬렉션이기 때문에 더더욱 친숙할 수 밖에. 고흐와 르느와르의 방은 사람이 넘쳐났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보지 못했지만, 익히 알고 있던 작품 하나를 여기서 보았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한자락에 나오는 그림이었다. 저 두 사람은 예수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이다.

선생의 부활을 상상하기 보다는 시체가 사라졌다는 해괴한 소식에 더 놀랐을 두 제자의 황망한 표정과 잰발길이 느껴진다. 서경식 선생은 마치 극장 간판 그림같다고 까지 말했지만, 선생의 느낌처럼 무엇엔가 화들짝 놀라 떠밀리듯 달려가는 사람의 표정은 군대 가기전 새천년 맞이 기타 등등의 이유를 대고 떠난 내 여행의 의미를 다시 묻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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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07. 12. 29. 18:07

지방 사람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 아직도 간혹 하는 말 중에, 서울에 오면 높은 빌딩 들과 정신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안이 벙벙해진다고 그런다.
 
국제도시 서울이라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느 대도시에 떨구어 놓아도 쉽게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게다. 정말이지 서울의 규모, 그리고 삶의 속도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맨하탄에서는 단박에 서울 촌놈이었다. 좁은 땅 위에 빼곡히 들어선 월스트리트의 마천루 숲은, 빌딩 그림자로 겨울 눈이 녹지 않을 것 같을 정도였지만, 그런 만큼 볼라치면 목만 아프게 올려다 봐야할 뿐이어서 내내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속도감은 틀렸다. 여직 가본 대도시들, 런던, 파리, 홍콩, 싱가폴, 도쿄, 바르셀로나 등과도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서울과 동경의 속도감은 출퇴근 시간에나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이 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속도라는 것은, 출퇴근 시간을 막론하고 항상 빠르고 빠른 것이었다. 그들의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환타지아의 랩소디 인 블루 챕터와 비슷했다.

심지어 조깅하는 사람들 조차.
 
한손에는 서류가방과 다른 한 손에는 텀블러나 커피 컵을 들고 옆, 뒤도 안돌아보고,
신호등은 무시하고 차 오는 방향에만 시선을 둔 채 길을 건너가고,
얼레벌레 넋 놓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기의 페이스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랩소딘 인 블루의 속도감이 비로소야 제대로 느껴졌다.
 
그러한 삶 속에서 Rockefeller Park를 알려준 친절한 할머니의 도도하면서 어떤 면으로는 오만한 느낌의 말투,
The Met 가는 법을 알려주고는 당당하게 25cent를 요구하던 할아버지,
Wall st.의 Bronze Bull을 알려준 경비원의 심드렁하면서 냉소적인 어투,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던 숙소의 히스패닉 아줌마의 No Good,
Delarcorte Theater에서 대기표와 입장표를 바꾸는 데, 규정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아 가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젊은 사람,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는 표는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던 그 사람의 일행들과 함께,

뉴욕은 속도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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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Save me

리뷰2007. 12. 29. 17:57

여름의 맨하탄에서는 허드슨 강변을 따라 있는 공원에서 무료 공연이 이어졌다. Aimee Mann의 공연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알고 있는 노래라고는 단 두 개, 400miles와 save me 뿐인, Amee Mann의 연주는 듣다 자버렸다. 야외 공연의 특성상 집중도가 떨어지고, 분위기가 휘발되어버리기 십상이서 그러기도 했지만, 노래의 느낌이 거기서 거기여서 그런 게 더 컸다고 변명해 본다.
 
공연 중간에 본인도 인정했다. '분위기 참 안 뜨네요. 야외 공연이라 그런가?, 제가 변명의 여왕이랍니다. 하하하...'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의 음색과 백 밴드의 연주는 정점을 향해 올라갔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중고 cd 가게에서 save me가 들어 있는 magnolia ost를 사게 만들고야 말았다.
 
노래 하나 끝나면 박수나 간간히 치고, 가끔가다 흥에 겨워하는 아저씨 하나 둘이 일어나서 어깨춤을 추는, 그저 그런 분위기의 공연이었지만, 나를 놀래킨 것은,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열광적인 기립박수였다. 마치 냉정한 평론가가 한마디 말도 없이 입을 앙다문채, 조용히 감상을 마치고, 격정의 찬사를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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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LA 스케치

리뷰2007. 12. 29. 17:50

리쿼에서 맥주를 살 때, YMCA 숙소 앞 노숙자들의 본거지를 지나다닐 때, 

거리에서 25센트 삥뜯길 때,
유니온 스퀘어에서 노숙자에게 담배 나눠줄 때,
잔디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호스텔 앞 잔디밭의 스프링쿨러를 볼 때,
5번가의 화려한 쇼핑가를 지나다닐 때,

그 때마다 누군가가 머리 속에서 계속 예의 타령같던 멜로디처럼 중얼거리는 것 같던 노래.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던 꾼이 현대에 부활한다면 아마 정태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해 봤다.
 
정태춘의 매력은, 자기가 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정확한 표현. 자신만의 견해라는 것도, 자신만의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많은 시절에 얼마나 탐스런 가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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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성에 가면

리뷰2007. 12. 29. 17:39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와 이메일만 있으면, 여행 중에도 거의 실시간으로 소식과 풍경을 전할 수 있다. 메신저나 전화도 물론이고.

하지만 광속과도 같은 전자 우편은 여행지에서 산넘어 물건너 느리게 오는 직접 쓴 편지나 엽서 한통만큼 마음을 짠하게 하지는 못한다.

괴발개발 쓴 글씨지만, 알 수 없는 나라, 보지 못했던 풍경의 그림과 독특한 우표만으로도, 이국의 정취와 보낸 이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크라코프 성 아래 잔디밭의 여름 오후 햇살과 프라하 카페에서 비를 피하며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며, 결국 그녀에게는 보내지 못했다.

'당신과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말이 안떨어졌다.

Joni Mitchel이 슬픈 노래를 참으로 슬프게도 불렀는데, 이한철과 불독맨션은 슬픈 노래를 참 즐겁게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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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글 좀 읽고, 6-70년대의 히피 세대는 Joni Mitchel을 듣는다고 그랬던가? 닉 혼비의 About a boy에선가 그런 비슷한 구절을 읽은 것 같은데. 


원래 Joni Mitchel 자신이 1969년에 불렀던 노래는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자전거로 유명한 CF에 사용된 경쾌한 곡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영화 'Love Actually'를 보면서 처음 들었다고 생각했다. 워낙 분위기가 달라서.

남편이 애인에게는 보석을 선물하고 자신에게 Joni Mitchel CD 한장을 선물하자 Emma Thompson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아이들에게 웃음을 보이던 장면에서 흐른 Both Sides Now는, 오롯이 한 마디 한 마디 가사가 들리며 처연하면서도 비장했다.

징글맞게 싸우고, 무릎 깨져가며 파리 시내를 뒤져 케잌을 사다 드리며 머리를 조아렸고,
식당과 빵집만 보이면 쪼르르 달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같이 걷고 같이 웃던 유럽의 골목을 떠올리며 지루한 행군을 참았는데,

카를교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을 시샘하며, 바벨 성 아래 잔디밭에 누워 크라코프의 푸른 하늘을 보며,

사랑은 주는 것과 받는 것, 내가 많이 주었을까 많이 받았을까, 그렇게, 대차대조표라도 그리고 나면 마음이 나아질까.

아니 그것은 결국 잘못된 기대였다.

센텐드레의 기념품 가게에서 그녀가 좋아할 예쁜 모자를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같이 손 잡고 뽀뽀하며 걷던 파리 시내를 홀로 걸으면서, 양희은의 노래가 들렸다.

그렇게 내 마음의 20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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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Israel


내게 여행은 도피처였다. 다락방이었다. 밥을 먹으려면 다락을 내려와야 했듯이 도피처는 도피처일 뿐 내가 계속 있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유명한 두 곡이 절묘하게 연결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지개 저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내가 있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니, 특히 잔인한 베트남전의 기록 필름과 What a wonderful world가 오버랩되는 Goodmorning Vietnam의 장면을 떠올리면,
발딛고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택한 여행이 도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와이안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에서 이런 기분을 갖는다는 것은 죄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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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frica

리뷰2007. 12. 29. 17:09

사용자 삽입 이미지Toto-Africa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를 포함한 인도차이나 반도와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이지만, 그 곳을 눈으로 보면 결코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아 항상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마음 한 편에서는 이 곡처럼 토속적인 타악기와 초원을 뛰어다니는 야생의 임팔라와 치타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랜드로버를 타고 동물 무리를 쫓거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홍학 떼 위를 날아가는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고. 리빙스턴 폭포 위로 떠오르는 무지개도 그려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전 국민의 10%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남아공의 보도와 르완다의 대학살, 기아, 가난이 그려진다. 편하게 여행을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곳일 것만 같은 생각에 다시금 무거운 기분이 든다.

p.s. 스튜디오 음반은 LP로만 있어서 공연실황으로 녹음된 mp3를 넣어다니는데, 어둠의 경로로 구한 터라 수록 앨범이나 발매년도를 모르고 있다.(스튜디오 버전의 원곡은 ToTo IV(1982)에 수록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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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nglishman In New York

리뷰2007. 12. 29. 17:07


메탈리카와 건즈앤 로지즈를 듣던 시절에는 스팅과 루 리드가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반대가 되었지만.

영국인은 아니지만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스카이라인을 쳐다보며, 센트럴 파크를 걸으며 맨하튼에서 들은 "I'm an alien, I'm a legal alien"는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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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hall We Dance?

리뷰2007. 12. 29. 17:05

늘상하는 말로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 지 술잔을 던지며 언쟁을 벌이더라도, 여름날 맥주 한 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둘다 샌님이라 한바탕 주먹질을 하지는 않더라도, 사회당원이 왜 노무현을 찍느냐의 문제를 놓고 밤새도록 언쟁을 벌일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크라코프 성 아래 잔디밭에서 뒹굴거리며, 프라하의 필스너 우르켈을 마시며, 그가 생각났다. 80년대 아바도의 베토벤은 앨범 표지만 아름다울 뿐이라는 시시껄렁한 먹물티 나는 농담이나, 이문열에 대한 과대평가와 역겨움을 안주 삼아 한잔 들이키고 싶었다. 많은 것을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2005년 가을, 졸업도 못하고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를 찾아 버스 정류장에서 보광사로 올라가는 길에서 Shall We Dance가 들렸다. 그해 여름 홍대에서처럼 너와 다시 춤을 출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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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Are You Going With Me?

리뷰2007. 12. 29. 17:03

Pat Metheny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지금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음악이 주는 촉각적 느낌이 싫을 때가 있다. 그의 노래들은 맨질맨질한 금속 거울같다.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고, 광도 나지만, 골백번 만져도 손때 한 번 묻지 않을 듯 해서, 꼭 외계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다. 생명이 없는 것 같은 금속성의 미끄덩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마치 포르노에 종종 등장하는 미끈한 로케트 모양의 거대한 금속성 딜도를 듣는 듯했다.


하지만 타이루거(太魯閣)로 가는 기차에서 맛없는 타이완 삐주를 곁들여 들은 'Are you going with me?'는 가슴을 쳤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추석에 대한 좋은 기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굳이 집을 나와 있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사나흘 지나면 돌아가야 할 것. 마음을 기대고 싶어도 기댈 사람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나를 돌아보며 천진한 웃음을 지은 앞자리 소녀는 울다가 웃던 내 표정을 어떻게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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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출발

리뷰2007. 12. 29. 17:01

티렉형이 내게 알려준 여러 가지 중 아직까지 잊어버리지 않은 몇 안되는 것이며,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평생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음반, "어떤날 2."


'출발-초생달-하루-취중독백-덧없는 계절-소녀여-그런 날에는-11월 그 저녘에'로 이어지는 이 앨범은 굳이 여행이라기 보다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노래들이라 할수 있지만, 그 전개는 한편의 로드무비같다. 특히 첫 네 곡은 여행자의 가슴을 적시는데, 이 중에서도 '출발'의 멜로디와 가사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에서 이 리스트의 맨 위에 올린다.

듀오의 이름을 일생에서 중요한 하루로서 '어떤 날'일 수 있음과 동시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일상 중의 어느 하루인 '어떤 날'로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노래는 세상사는 마냥 좋지도 마냥 나쁘지도 않고("외로움을 지워도 그리움을 만난다"), 일상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소소한 차이들은 존재한다("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만족하면서 손톱은 은근히 자라난다")는 점을 조용한 어조로 알려준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멋진 사진이 출입국 심사장의 긴 행렬, 장거리 비행의 소음과 맛없는 기내식,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 기분 나쁜 눈빛의 세관원, 바퀴벌레 다니는 호텔, 무섭게 생긴 삐끼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가슴아픈 사실을 일깨워 주는 한편, 집나가는 고생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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