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우선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아래 내용은 언제든 바뀔 있음. 굳이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견해가 궁금해서. kindle 버전을 기준으로 해당되는 내용의 페이지를 적었지만, 인쇄된 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음.)


자녀의 학벌은 할아버지의 부가 결정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한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젊은 세대의 푸념이나, 그래도 박정희 시대가 좋았다는 나이든 세대의 한탄은 2014 현재 우리가 술자리에서 쉽게 나누는 이야기 거리이자 결론이다.


이는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특징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아직 번역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 대한 지대한 관심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을 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어쩌면 지금까지의 많은 찬사와 더불어 점점 늘어가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자 내가 흥미로워 하는 점은, 현대 경제학과의 차별성을 선언하고 이를 매우 오래된 방식과 함께 엄청난 수고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극찬했듯, 책은 경제 성장이라는 거시 문제와 소득 분배라는 미시 문제를 통합하고, 문제를 제시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과 광범위한 공간을 아우르는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을 넘어서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문학까지 폭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자신의 책이 경제학이자 역사학(p. 1) 되기를 원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산수(!)만으로도 문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2007-8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이 수리 모델에 매몰되고 제도와 역사를 아우르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새로운 경제학은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수도 있다. 합리적 개인을 상정하고 그러한 대표적 행위자의 경제 행위(어쩌면 인간 행위 모두) 설명하는 방식의 연역적 접근이 현대 경제학의 주된 방식인데 반해, 피케티는 19세기 후반까지에만 지속되었던 역사학파의 귀납적 접근과 유사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최대한 광범위한 역사 자료를 모으고, 이를 통해 사실과 유형을 확인하여 국가간 비교를 하고, 실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찾을 있기를 희망하며, 이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질 있기를 바란다고 선언하고 있다.(p. 16)


피케티의 경제학에 대한 관점은 경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과 더불어, 무엇이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 되어야할 것이냐의 문제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약이 존재할 인간이 어떤 합리적 선택을 하는가로 정의함으로써 모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응할 있도록 장을 넓힌 현대 경제학과 달리 전통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 부의 생산, 분배, 소비, 교환에 관환 문제가 경제학의 영역이며, 이에 대해 여전히 우리는 충분한 답을 하지 못해 왔고 자신은 이전에는 없었던 자료로 분배 문제를 다룰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pp. 15-16)


자료로 만들어 역사적 사실과 직관적인 경제 논리 체계로 만들어진 피케티의 주장은, 지금까지 읽은 정도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있다.


주장 1. 자료를 , 지난 200여년간 자본/소득 비율(분석 시점까지 축적한 자본 총량(capital stock) 분석 시점에서의 연간 소득(income flow)) 소득 상위 10%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은 수준에서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졌다.(pp. 24-25)


주장 2. 자본/소득 비율이 U 형태의 불평등을 보이는 이유는 'r > g', 자본수익률(r) 경제성장률(g)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임금소득(경제성장률과 연관되므로)보다 자본소득(자본수익률과 연관되므로) 높은 상황이 발생할 있다.(p. 26) , 저축률이 높을 수록 아니면 성장률이 낮을 수록 자본/소득 비율은 높아진다.(p. 55) 그러므로, 전체 소득에서 자본으로 인한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것이다. 다른 말로 자본 소유자의 소득 집중이 높아질 것이다.


주장 3. 그런데, 불평등에 대한 반응이 개개인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문제(p. 2)이고, "불평등  자체가 필연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며, 핵심이 되어야 질문은 어떻게 불평등이 정당화되며, 이유는 무엇인가를 정하는 문제(Inequality is not necessarily bad in itself: the key question is to decide whether it is justified, whether there are reasons for it., p. 18.)"이다


[이를 , 피케티는 'r > g'이기 때문에 자본 소득이 있는 사람과 노동 소득만을 가진 사람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지는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격차가 심리적으로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는가 또는 격차의 이유가 납득할 만한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닌가? 처음의 상속 재산 경제성장에 대한 통념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


주장 4. 'r > g' 상황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상속된 (=자본) 갖고 있는 사람이 임금 소득자보다 부를 축적할 밖에 없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이 되는 능력주의의 가치나 사회 정의의 원칙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부가 집중될 수도 있다.(p. 26)


주장 5.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불평등이 심화될 있다. 이민과 자연변화(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높은) 모두 포함해서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상속된 부의 중요성은 떨어질 밖에 없다. 이민자의 경우 대부분 축적한 부를 갖지 못한 상태이므로 임금을 저축해야만 상속할 부를 형성할 있으므로, 상속할 부의 크기는 자연 증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그리고 인구가 자연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세대에서 1인당 상속 재산의 (1/n) 줄어들 밖에 없다. 인구증가율 감소는 반대의 상황을 만듦으로써 상속된 부의 중요성을 높일 것이다.


이보다 " 중요하고 모호한 메커니즘"이기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할 수록 모든 세대에서는 새로운 기능이 창조되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능력은 부분적으로만 세대 이전되므로 사회 이동성이 높아질 있다. 사회 이동성의 증가가 필연적인 소득 불평등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부의 불평등 재생산과 확대를 제한할 것이고 따라서 장기에는 어느 정도까지 소득 불평등을 제한할 것이다. 하지만 인구증가율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반대의 메커니즘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일어날 것이다. (pp. 83-85) 


주장 6.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낮아질 것이다. 지난 300년의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은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경제 성장보다 인구 성장이 먼저 나타났지만, 이미 낮은 인구 성장 또는 인구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 경제 성장도 시간과 지역의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경로(종형 곡선) 밟을 것이다.(pp. 99-101)


주장 7. 거시 경제적으로 자본소득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미시적으로 상위 소득자로의 소득 집중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업 고위 관리자와 다른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고위 관리자가 많은 소득을 갖는 것은 이들이 다른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련도와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생산성과 무관하거나 상한선이 없게 자신의 보수를 정할 있는 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자의 설명이 그럴듯 하고, 증거와도 일치한다. (p. 24) 


주장 8. 그런데, 1920년대-1960년대에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감소했는가? 이유는 순수한 경제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없으며, 선진국의 불평등 감소는 전쟁의 결과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1980 이후 불평등의 부활도 조세와 재정과 관련된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p. 20)


주장 9. 종합해 , 앞으로의 저성장 체제에서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대한 전세계적인 누진세와 같은 공적 제도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p. 27)


피케티가 장황하게 서론에서 설명한 경제학 자체와 경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그리고 자신의 학문적인 여정보다, 위의 주장 단계에서 떠오르는 많은 질문거리가 흥미롭다.


(이후는 앞으로 읽으면서 확인해 나가야할 큰 질문)


1. 지니계수를 사용하지 않았는지?(pp. 266-270)

2. 세부적인 자료 처리 방식. 그런데 과정의 오류는 장기시계열을 다루다보면 피할 없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FT 비판은 제한적이지 않을까?

3. r > g 경험인가 아니면 수리 모형의 결과인가?

4. 균형이라면, k/y = s/g ? s, g 크기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5. 역사적 패턴 이외에 저성장 체제를 예상하는 근거는?

6. 또한 얼만큼을 저성장으로 부를 것인가?

7. 궁극적으로 사회가 정당화하는 불평등의 정도는? 다른 ,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것의 의미는? 즉,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6.2 참고자료  (0) 2014.06.17
44.2 재림  (2) 2009.10.21
44.1 기대  (2) 200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