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천국에서
요리사는 프랑스인이고,
기계 수리공은 독일인,
경찰은 영국인,
연인은 이탈리아인,
조직관리는 스위스인이지만,

지옥에서
요리사는 영국인,
경찰은 독일인,
기계 수리공은 프랑스인,
연인은 스위스인,
조직관리는 이탈리아인이다.”
어디 한 군데 살아 보지 않고, 일회성으로 스쳐지나가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일반화 시켜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대개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얘기하는 걸 보면, 남한이나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어기적 어기적 맞춰가는 나라, 관리의 귀재라는 로마제국의 후손이라기 보다, 좋게 말해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들로 보일 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로마 떼르미니 역에 모여 있던 경찰들은 사고 처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피자 내기 게임 중이었고,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탑 앞의 도로에서 스쿠터는 폭주족 처럼 질주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그 길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5만원을 환전하면 당당하게 1만원을 수수료로 떼어가는 것이 로마의 법이었다.

한때 인터넷 상에서 인기였던, 'Italian들이 다른 European들 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바칩니다'로 시작해서, 오가잡탕의 대명사 '피자/스파게티'로 끝을 내는 Europe and Italy라는 플래시를 본적이 있는지? 그걸 보면, Italy를 South Korea로 바꾸어도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지 않던가?

<보제토라는 걸출한 애니메이터의 이 작품은 그의 홈페이지(http://www.bozzetto.com/welcome.htm)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로마에서 출발해서 피렌체로 가는 기차는 40분 늦게 출발했지만, 피렌체 도착은 시간표 보다 20분을 빨리 도착해버린, 나의 엽기적인 경험을 되새겨 본다면, 무솔리니가 한 일은 기차를 제 시간에 다니게 한 것 뿐이라는 냉소(이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실증 연구한 결과 실제로는 무솔리니 때 연착 횟수가 더 많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가 충분히 먹혀들 수 있는 그런 동네가 아닐까 싶다.

이네들의 정치 지형과 이합 집산은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 자고 일어나면 야당이 여당과 한 패가 되어버리는 게 다반사인 나라니까. 최장집 선생님의 표현과 설명에 따른다면, 정부의 집권 엘리트들이 안정적인 의회 소수파가 되었을 경우 다수파를 형성하기 위해, 야당의원들을 포섭하는 공작정치와 이를 가능케 하는 비공식적인 수혜관계(뇌물관계의 학적 표현으로는 참 적절하지 않은가?)에 대해 '변형주의'(transformismo=transformation)라는 공식 학술용어까지 있으니까.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1996년, 가열찬 투쟁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던 이탈리아 사회당이 당명조차 바꿔가며, 중도파와 좌파의 연합(올리브나무동맹)을 통한 집권조차 그렇고.

자본주의의 심장(지금은 르네상스의 보고로서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도시이지만, 피렌체는 고리대금업의 도시로서 손꼽히는 자본주의 지역이 아니었던가)에 내리 꽂히는 저 낫과 쇠망치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본가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서슬 퍼런 혁명의 상징이라기 보다, 술 마신 대학생들의 치기와 반달리즘으로 뒤범벅되어 버린 앙증맞은 장난일 뿐이기만 하여, 오가잡탕 분위기의 이탈리아 정치와 그 나라의 인상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우스개로 시작했으니, 우스개로 끝내 보자.

UN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다른 나라의 식량의 과잉 생산과 부족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유럽인은 '부족'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프리카인은 '과잉'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인은 '다른 나라'의 의미를 물어왔다.
중국인은 놀라면서, '견해'의 말뜻을 물어왔다.
반면, 이탈리아 국회에서는 '솔직하게'의 뜻을 놓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
(The results of a poll made by United Nations came out. The question was: "Please, tell us honestly what is your opinion about the abundance vs. scarcity of food in the rest of the world." The results were as follows:
# The Europeans did not understand what was meant by "scarcity".
# The Africans did not understand "abundance."
# The Americans asked the meaning of the "rest of the world".
# The Chinese, puzzled, asked for an explanation of "opinion".
# Meanwhile, in the Italian Parliament, they are still debating the meaning of "hones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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