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빠'라는 것
기타2008. 2. 5. 16:16
빠심의 특성은
1. 미우나 고우나, 잘하나 못하나, 논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이거나 무조건 충성을 다하는 것이고,
2. 예쁘거나 못생겼거나, 주연이거나 아니거나, 어디엔가 출연만 하면 체크해두는 것이다.
소위 콩깍지가 제대로 씌여서 벗겨지지 않는다.
이는 맥(Mac), 여자 화장품 MAC이 아니라, 애플 사에서 만드는 컴퓨터 맥 사용자들이 대개 겪는 증상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남들도 쓰고 있다면 감탄하며 동질의식을 느끼고, 심지어는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 가서 맥을 쓰고 있으면, 20명 중 1명은, 이 숫자는 전 세계 맥 사용자의 비율과도 같은 것인데, 내게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자신도 맥 사용자임을 밝히곤 한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사랑에도 이어진다. 국내 굴지의 애플 동호회 애플 포럼에는 아이팟이 있는 풍경, 맥이 있는 풍경, 맥이 나오는 영화라는 글타래가 따로 나와 있을 정도로,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Mac이 나오는지 눈에 불을 켜고 보게 된다. 마치 이런 경우처럼.
아니면, 임상수 감독이 애플 모자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거나, 미국 드라마 24를 보면, 악당은 모두 PC를 사용하고, 정의의 세력은 모두 맥을 쓴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자랑스러워 한다.
전 세계인의 95%가 PC 사용자인 상황에서 이런 식의 Mac 사랑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용자 분포 때문에 맥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지고, 달은 안보고 포인터만 무엇을 썼는지 보는 상황이 재현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두 편의 미국발 기사를 읽으면서도 맥빠의 입장에서 기사를 읽게 되었다.
하나는 전세계 미국 드라마 팬을 아쉽게 만든 헐리우드 작가 조합의 파업 소식. 이들의 주장은 프레시안 기사에서 보면 되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 지 보고 싶다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된다.
이 동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키노트(Keynote)를 썼네'였다. 부끄럽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헐리우드 작가들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키노트 자체가 워낙 사람을 끌어당기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한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키노트는 MS의 파워포인트 같은 프리젠테이션용 프로그램이다. 스티브 잡스가 맥 개발자 대회나 맥 엑스포 등에서 직접 기조 연설(키노트의 번역어가 기조 연설이다)을 할 때 쓰는 바로 그 애플리케이션이다.
프리젠테이션의 요다라는 레이놀즈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을 비교한 데서 잘 보여주듯 파워포인트가 주로 잡다한 글을 보여주는 데 특화된 반면, 키노트는 영화나 CF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인상깊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헐리우드 작가 조합이 파워포인트로 동일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다면 비호감은 아니더라도, 키노트를 사용했을 때 만큼의 호감과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그들의 주장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빠순이와 빠돌이의 심리는 국경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2008년 2월 4일자 뉴욕타임즈는 한창 경선 중인 민주당의 두 주자 힐러리와 오바마의 사이트를 비교했다.
오바마의 홈페이지는 Mac에 유사하고 힐러리의 홈페이지는 PC에 가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사이트는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흰 공간이 충분하며 옅은 푸른색 팔레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상단의 메뉴바는 애플 사이트에서 작동하는 메뉴바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젊고, 첨단 기술에 민감한 세대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며 전체적으로 젊은 느낌이라는 총평.
이와 달리 힐러리의 사이트는 전통적인 기본 색인 짙은 푸른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가는 선이 홈페이지 내용을 분할하고 있다. 마치 패러디 광고처럼 모든 것을 담으려하고 있고, 모든 내용을 대문자로 표현함으로써 성난 사람처럼 소리만 지르거나, 제왕 같은 느낌(regal)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싣고 있다.
기사 중 각 후보의 사이트를 비교 평가한, 시각 예술 학교(the School of Visual Arts)의 디자인 비평 석사 학위 학과장 앨리스 트웸로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일을 강조하는 애플 컴퓨터처럼, 오바마의 사이트가 모든 기능과 요소가 무리없이 통합되어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가 트웸로우가 맥 사용자라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맥에 대한 편애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시민권이 없으므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중립적 지위에 있는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맥빠들의 생각과 맥빠 아닌 사람들의 생각은 세상 어딜 가나 똑 같은 게다.
1. 미우나 고우나, 잘하나 못하나, 논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이거나 무조건 충성을 다하는 것이고,
2. 예쁘거나 못생겼거나, 주연이거나 아니거나, 어디엔가 출연만 하면 체크해두는 것이다.
소위 콩깍지가 제대로 씌여서 벗겨지지 않는다.
이는 맥(Mac), 여자 화장품 MAC이 아니라, 애플 사에서 만드는 컴퓨터 맥 사용자들이 대개 겪는 증상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남들도 쓰고 있다면 감탄하며 동질의식을 느끼고, 심지어는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 가서 맥을 쓰고 있으면, 20명 중 1명은, 이 숫자는 전 세계 맥 사용자의 비율과도 같은 것인데, 내게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자신도 맥 사용자임을 밝히곤 한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사랑에도 이어진다. 국내 굴지의 애플 동호회 애플 포럼에는 아이팟이 있는 풍경, 맥이 있는 풍경, 맥이 나오는 영화라는 글타래가 따로 나와 있을 정도로,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Mac이 나오는지 눈에 불을 켜고 보게 된다. 마치 이런 경우처럼.
아니면, 임상수 감독이 애플 모자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거나, 미국 드라마 24를 보면, 악당은 모두 PC를 사용하고, 정의의 세력은 모두 맥을 쓴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자랑스러워 한다.
전 세계인의 95%가 PC 사용자인 상황에서 이런 식의 Mac 사랑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용자 분포 때문에 맥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지고, 달은 안보고 포인터만 무엇을 썼는지 보는 상황이 재현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두 편의 미국발 기사를 읽으면서도 맥빠의 입장에서 기사를 읽게 되었다.
하나는 전세계 미국 드라마 팬을 아쉽게 만든 헐리우드 작가 조합의 파업 소식. 이들의 주장은 프레시안 기사에서 보면 되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 지 보고 싶다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된다.
이 동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키노트(Keynote)를 썼네'였다. 부끄럽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헐리우드 작가들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키노트 자체가 워낙 사람을 끌어당기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한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키노트는 MS의 파워포인트 같은 프리젠테이션용 프로그램이다. 스티브 잡스가 맥 개발자 대회나 맥 엑스포 등에서 직접 기조 연설(키노트의 번역어가 기조 연설이다)을 할 때 쓰는 바로 그 애플리케이션이다.
프리젠테이션의 요다라는 레이놀즈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을 비교한 데서 잘 보여주듯 파워포인트가 주로 잡다한 글을 보여주는 데 특화된 반면, 키노트는 영화나 CF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인상깊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헐리우드 작가 조합이 파워포인트로 동일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다면 비호감은 아니더라도, 키노트를 사용했을 때 만큼의 호감과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그들의 주장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빠순이와 빠돌이의 심리는 국경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2008년 2월 4일자 뉴욕타임즈는 한창 경선 중인 민주당의 두 주자 힐러리와 오바마의 사이트를 비교했다.
오바마의 홈페이지는 Mac에 유사하고 힐러리의 홈페이지는 PC에 가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사이트는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흰 공간이 충분하며 옅은 푸른색 팔레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상단의 메뉴바는 애플 사이트에서 작동하는 메뉴바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젊고, 첨단 기술에 민감한 세대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며 전체적으로 젊은 느낌이라는 총평.
이와 달리 힐러리의 사이트는 전통적인 기본 색인 짙은 푸른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가는 선이 홈페이지 내용을 분할하고 있다. 마치 패러디 광고처럼 모든 것을 담으려하고 있고, 모든 내용을 대문자로 표현함으로써 성난 사람처럼 소리만 지르거나, 제왕 같은 느낌(regal)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싣고 있다.
기사 중 각 후보의 사이트를 비교 평가한, 시각 예술 학교(the School of Visual Arts)의 디자인 비평 석사 학위 학과장 앨리스 트웸로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일을 강조하는 애플 컴퓨터처럼, 오바마의 사이트가 모든 기능과 요소가 무리없이 통합되어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가 트웸로우가 맥 사용자라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맥에 대한 편애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시민권이 없으므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중립적 지위에 있는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맥빠들의 생각과 맥빠 아닌 사람들의 생각은 세상 어딜 가나 똑 같은 게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 다크 나이트와 문화적 진화: I don't believe in Harvey Dent, but in the people. (0) | 2008.08.23 |
---|---|
30. 놀라운 서가 (2) | 2008.02.21 |
25. Happy New Year ! (0) | 200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