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메리다 로미오를 도난당한 직후, 다혼 스피드 TR  2008년식을 샀다. 중고이긴 했었도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로미오를 여행용으로 개조하면서 들인 비용을 계산해보니, 단 번에 여행용 자전거를 사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했다.


독일 여행에 함께 하고자 했으나, 중랑천-한강 라이딩 2회(30km+50km), 출퇴근 20여회(왕복 7km), 총 220km 정도 탄 후 불의의 차량 충돌 사고로 폐차되었다.


1. 차체

프레임: 다혼 K 시리즈 슈퍼 라이트 4130 크로몰리

포크: 프레임 통합형

브레이크: 키네틱스 스피드 스톱 V 브레이크(Kinetix SpeedStop V brakes)

싯포스트: 바이오 로직 펌프 내장형(BioLogic™ Zorin PostPump)

안장: 바이오 로직 아리아(BioLogic™ Aria)



전체적인 차체는 다혼스럽게 생겼다.

폴딩은 지하철을 탈 때 한 번 접어 본게 다라 평가하기 어렵다. 비행기나 차에 한번 실어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접는 법은 쉽다. 하지만 접혔다 뿐이지, 브롬톤이나 스트라이다처럼 접힌 상태에서의 이동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균형을 잘 잡고 한 쪽 바퀴로 굴리는 기술도 있지만, 여행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특이할 만한 점은 곧게 뻗은 싯포스트를 분리한 다음, 아래 마개를 풀고 호스를 잡아당기면 스탠딩 펌프가 된다. 안장을 손잡이 삼아 펌핑을 하면 된다.


2. 구동부

크랭크: 스기노 XD 2014 알로이 46T()

체인: 스램 PC971 9단용(SRAM PC971, 9 speed, PowerLink)

카세트: 시마노 HG 11-32T 8단(Shimano HyperGlide 8 speed, 11-32T)

뒷드레일러: 스램 X7(SRAM X7)


내장기어는 아주 만족스럽게 작동했으며, 멈추었다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도심에서 효과적이었다.


스램 듀얼드라이브는 3단 내장기어다. 따라서 스프라켓의 8단과 함께 24단이다.  핸들바 왼쪽에 3단기어 변속기가 있고, 그림을 보면 업힐, 평지, 다운힐 로고가 그려져 있다. 일반적인 24단 자전거는 체인의 휘어짐에 따라 모든 기어를 사용할 수 없지만, 듀얼드라이브는 내장기어와 함께 작동하므로 24단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내에서 주행시 신호등에 멈추었다 출발할때 편리했다. 내장 기어는 기어가 회전하지 않을 때 변속하는 게 원칙이라(자동차 변속시 클러치를 밟은 후 변속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평속/고속 기어 넣고 빠르게 달려오다, 신호 걸리면, 저속으로 바꾸고 기다리다 출발하고, 가속이 붙으면 바로 기어를 올리면 된다.


평상시의 변속은 페달을 잠시 멈추었다 하면 된다. 페달을 밟으면서 변속을 해도 되었지만, 내장기어의 마모를 부추길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고, 고장나면 국내에서 고치기가 매우 힘들어, 이후에는 더 이상의 실험은 그만두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간혹 변속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면 변속기 업힐(1단)에 놓고, 뒷바퀴의 클릭박스에 있는 검은색 버튼을 눌러 클릭박스를 뺀 다음, 먼지 등을 털어주고, 다시 조립한다. 그리고 변속기를 평지(2단)에 놓고, 뒷바퀴의 검은색 클릭박스 안에 보이는 형광색 마크를 박스 겉의 노란색 라인에 정렬시키면 된다.

내장기어는 먼지가 들어갈 염려가 없기 때문에 거의 고장이 발생하지 않지만, 적절한 시점에 윤활유 등을 넣어주어야 한다. 만약 초장거리 여행 중 고장이 걱정된다면, 앞을 2단으로 개조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3. 휠셋

앞 허브: 바이오로직 다이나모(BioLogic™ Joule dynamo 6V/2.4W)

뒤 허브: 스램 듀얼 드라이브(SRAM DualDrive, 24/27 spd 28H)

림: 키네틱스(Kinetix Comp, doublewall, CNC machined sidewalls, wear line indicator)

스포크: 스포크 14G(SPOKES 14G, double butted, stainless steel)

타이어: 슈발베 빅 애플 20인치(406)(Schwalbe Big Apple, 20” x 2.0”, KevlarGuard puncture protection, 70 psi)




킥스탠드가 짧아 항상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한강 50km 주행 중 앞바퀴가 제대로 구르지 않길래, 자전거 샵에 가져갔는데, 앞바퀴 스포크가 다 풀려 있었다. 꼭 국수 마냥 너덜너덜 거리고 있었다. 보통 스포크가 풀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데, Dahon.com의 커뮤니티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08년 식 스피드 TR의 고질적인 문제로, 세심한 스포크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여행 첫날부터 스포크가 부러지기 시작하여, 하루 50km 정도만 달리는 여정이었는데도, 매일 밤마다 스포크 조정을 해주어야 했다고 했다. 

빅애플 타이어의 폭이 넓어 주행 중 마찰을 높일 것으로 보였지만, 의외로 꽤 부드럽게 잘 달렸다. 미니벨로의 바퀴의 크기가 작아 도로의 충격이 일반 자전거에 비해 더 크게 전해졌는데, 바퀴가 두터워서인지 전에 타던 로미오에 비해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전에 타던 자전거가 스마트사의 유사 MTB, 메리다 로미오, 메리다 로미오 투어링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는데, 이전의 어떤 자전거보다 확실히 잘 굴러갔다. 3-4kg쯤 되는 패니어 두 개를 달고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은 시험해보지 못했다.


4. 조향부

핸들바: 키네틱스 프로 일자바(Kinetix Pro, Flat bar, 7050 aluminum, double-butted)

핸들포스트: 라디우스 VRO(Radius VRO, adjustable, patented Fusion™ technology)

변속기: 스램 듀얼 드라이브 24단(SRAM DualDrive, single- sided shifter, 24 speed)

브레이크레버: 아비드 FR5(Avid FR5)

그립: 에르곤 MR2(Ergon MR2, Magnesium bar end)


에르곤 그립이 기본으로 달려 나와 매우 만족스러웠다.


브레이크는 일반적인 V 브레이크이고, 성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일반 자전거와 같은 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핸들바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제한적이나마 피팅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구조적인 디자인 문제로 통상의 핸들바 가방을 달 수 없었으며,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5. 기타

전조등: 스패닝 Micro FF 허브다이나모 용, 할로겐(Spanninga Micro FF, halogen, dynamo powered)

후미등: 스패닝 프리미엄, LED(Spanninga Premium, LED)

앞뒤짐받이: 다혼 알루미늄

펜더: SKS 미니 20인치 용

페달: MKS AR-2 EZY 

킥스탠드

무게: 13.9kg

색상: 진녹색(Forest)


펜더가 돌출되어 있어, 앞짐받위의 위에 짐을 실을 수는 없다


앞 짐받이와 전조등의 간섭현상이 심하다. 전조등이 너무 낮은 위치에 걸려 있어, 빛이 나가면서 짐받이의 튜브를 그대로 그림자로 만들어 버렸다. 전선 길이가 짧아 위치를 끌어올리기 힘들었으며, 고정할 방법도 없었다. 


후미등은 센서가 부착되어 어두우면 켜지고 밝으면 꺼진다고 하였으나, 항상 켜져 있었다. 온오프 스위치로 꺼주어야만 했다. 또 이전 주인의 사고로 일부가 깨져 있었다. 

다혼 사의 제원으로는 뒷짐받이의 무게 한계는 10kg이지만, 20kg까지 문제없다는 경험담이 있었다.


2008년 식의 뒷 짐받이는 여행용이 아닌 일반 짐받이다. 뒷짐받이에 오르트립 프론트 패니어를 달았는데도, 발 뒷꿈치에 패니어의 끈이 살짝 살짝 거렸다. 패니어의 끈을 달지 않으면, 오르트립 패니어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었고, 걸림을 방지하기 위해 패니어를 최대한 뒤로 미는 방법도 있지만, 위 사진에서 보듯 짐받이 중간에 어떠한 가로버팀 튜브가 없기 때문에, 패니어의 안정에 문제를 줄 것으로 보였다. 


다행인 것은 내장기어 변속용 클릭박스와 패니어의 아래 부분이 충분히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또 짐받이 외부에 후미등을 달게 되어 있어, 후미등이 충격을 잘 받는다.


정확한 실험이 불가능한 사항이었는데, 뒷짐받이의 공식적인 하중 제한은 10kg으로 여행용으로 쓰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페달은 MKS사의 EZY 시리즈로 사진에 보이는 노란색 보호장치를 제거하기만 하면 바로 페달을 분리 시킬 수 있다. 페달 분리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비행기나 대중교통 이용시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전거에 장착된 AR-2 모델의 경우 한 쪽의 무게 때문인지, 발을 떼고 있으면, 발이 잘 미끄러워 지는 부위 쪽으로 자연스럽게 뒤집어졌다. 섰다가 출발할 때마다 페달 위치를 다시 잡아주어야만 했기 때문에 꽤 불편했다.


킥 스탠드는 길이가 조금 짧아 자전거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편이었다. 앞뒤로 짐을 싣고 세워보지는 않아 스탠드가 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6. 추가 구매/교체

안장: 브룩스 B-17 챔피온 스페셜 브리티쉬 그린색(Brooks B-17 Champion Special)

뒷짐받이: Rixen Kaul 클릭픽스 짐받이 시스템(Rixen Kaul Atran System Carrier)

전조등: 부쉬 앤 뮬러 루모텍 IQ 사이오 센소(Busch and Muller Lumotec IQ Cyo Senso R Plus, 40lux)

후미등: 부쉬 앤 뮬러 탑라잇 플랫(Busch and Muller Toplight Flat)

물통과 물통집: 지그(Sigg)


이걸 키면 대낮 같이 밝아진다.


워낙 많은게 갖춰져 나온 자전거라 크게 손 볼 곳은 없었다. 


제주도 여행에서 느낀 길들인 브룩스의 편안함을 잊을 수 없어 브룩스 안장을 샀고, 물통 케이지가 부서져서 새 걸로 교체했다. 


앞에서 말했 듯이 전조등이 전조등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전조등을 교체했다. 비용은 상당히 많이 들었지만, 성능은 아주 좋았다. 위치도 바꿀 수 있었다. 약간 고생을 하긴 했지만, 앞짐받이의 고정 나사를 풀고, 새로 긴 나사를 사용하여 고정시킬 수 있었다. 


납작한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후미등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비오는 경우 안전성 문제와 후미등만 건전지 교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전조등과 달리 후미등은 많이 비싸지 않아, 전조등을 바꾸는 길에 허브 다이나모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교체하였다. 앞바퀴의 허브 다이나모로 앞뒤 모두를 밝히는 데 충분했다. 

클릭픽스 뒷짐받이는 접을 수 있다. 항공포장에 유리한 형태이다. 또한 짐받이 상단의 고리로 클릭픽스 사의 어댑터가 달린 가방을 부착시킬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뒷 짐받이의 간섭현상 때문에, Rixen Kaul사의 클릭픽스 아트란으로 교체했다. 


2009년식은 여행용 짐받이로 바뀌어 있어, 구조적으로 좀 더 나은 것 같지만, 별도로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고, 또 국내 다혼 사이트에서는 가격을 10만원 넘게 부르고 있어, 차라리 Tubus 제품을 사는 게 나아 보였다.


투부스(Tubus)의 로우 라이더형 짐받이인 Logo나 Cargo로 교체하고 싶었지만, 로우 라이더로 패니어를 다는 경우 내장기어용 클릭박스와 패니어가 닿을 가능성이 높았다.


검색 중 발견한 클릭픽스 아트란 제품은 접을 수도 있고, 짐받이 윗부분도 활용하기 좋게 되어 있어 구입했다.


7. 총평


스피드 TR은 스피드 TT의 여행용(TR: touring) 버전이다. 앞뒤 짐받이, 펜더, 펌프 등이 처음부터 구비되어 있어 구매직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2009년형은 내장 다이나모 등이 빠져 전체적으로는 다운그레이드의 성격이 강하지만, 뒷짐받이가 여행용으로 바꿔있는 것은 장점이다. 


스포크에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 핸들바에 가방을 장착할 수 없다는 점, 구형의 경우 페달링시 뒷 패니어와 간섭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그러나, 장거리 여행을 해보지 못해 정확한 성능을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여행용으로 맞춤되어 나오는 자전거가 드문 한국의 현실에서 꽤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구할수 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