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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River runs red

리뷰2008. 1. 4. 20:02
1990년 5월 30일 점심 무렵, 뉴욕 맨하탄의 엑슨(Exxon) 본사 앞에 대형 트레일러 한대가 멈춰섰다.

호주의 펑크 밴드 Midnight Oil이 "미드나잇 오일은 여러분을 춤추게 하지만, 엑슨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Midnight Oil Makes You Dance, Exxon Oil Makes Us Sick)."라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트레일러 위에서 깜짝 공연을 시작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이 공연에서 모두 6곡[각주:1]이 연주되었고, 이 장면은 흑백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이 공연은 한 해전인 1989년 3월 24일 엑슨사 소유 유조선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앞 바다에서 좌초하며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만(Prince William sound) 에 약 24만 배럴의 원유를 유출시킨 사고에 대해, 엑슨 사의 책임을 묻고, 환경문제를 이슈화 하기 위한 항의 시위였다. (엑슨 원유 유출 사고 관련 기사: 서울신문, 위키피디아(영문))

사태 발생 직후 뒤늦은 방제 조치로 엑슨은 비난을 받았다. 엑슨은 상당한 비용을 들이며 방제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25억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 지불은 거부하고 있다.

이 날의 레퍼토리 중 "River Runs Red"는 붉게 물든 강, 검은 비, 먼지만 남은 대지를 묘사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일 요구하고 있다.

미드나잇 오일은 환경, 원주민, 평화 문제를 음악으로 표현했던 유명 호주 밴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공연에는 호주 원주민에 대한 상징적 사과와 화해를 거부한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에게 항의하는 의미에서, 그의 면전에서 "미안합니다(SORRY)"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원주민 화해 문제를 주제로 한 "Beds Are Burning"을 연주하기도 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피터 개럿(Peter Garrett)이 정치적 활동에 전념하며 밴드는 해산했으며, 개럿은 200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원내에 진출했고, 최근 호주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환경, 문화, 이주민 문제 장관으로 입각했다. 공연 장면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으며, 이 영상의 판매 수익은 모두 그린피스(Greenpeace)에 기부되었다.

태안 앞바다로 몰려가는 자원 봉사자들을 볼때마다 대단한 분들로 감탄하지만, 그 보다 관련 책임 기업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더 보고 싶다.



  1. Dreamworld, Blue Sky Mine, Instant Karma, River Runs Red, Progress, Sometime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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