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18. Rhapsody in Blue

리뷰2007. 12. 29. 18:07

지방 사람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 아직도 간혹 하는 말 중에, 서울에 오면 높은 빌딩 들과 정신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안이 벙벙해진다고 그런다.
 
국제도시 서울이라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느 대도시에 떨구어 놓아도 쉽게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게다. 정말이지 서울의 규모, 그리고 삶의 속도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맨하탄에서는 단박에 서울 촌놈이었다. 좁은 땅 위에 빼곡히 들어선 월스트리트의 마천루 숲은, 빌딩 그림자로 겨울 눈이 녹지 않을 것 같을 정도였지만, 그런 만큼 볼라치면 목만 아프게 올려다 봐야할 뿐이어서 내내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속도감은 틀렸다. 여직 가본 대도시들, 런던, 파리, 홍콩, 싱가폴, 도쿄, 바르셀로나 등과도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서울과 동경의 속도감은 출퇴근 시간에나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이 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속도라는 것은, 출퇴근 시간을 막론하고 항상 빠르고 빠른 것이었다. 그들의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환타지아의 랩소디 인 블루 챕터와 비슷했다.

심지어 조깅하는 사람들 조차.
 
한손에는 서류가방과 다른 한 손에는 텀블러나 커피 컵을 들고 옆, 뒤도 안돌아보고,
신호등은 무시하고 차 오는 방향에만 시선을 둔 채 길을 건너가고,
얼레벌레 넋 놓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기의 페이스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랩소딘 인 블루의 속도감이 비로소야 제대로 느껴졌다.
 
그러한 삶 속에서 Rockefeller Park를 알려준 친절한 할머니의 도도하면서 어떤 면으로는 오만한 느낌의 말투,
The Met 가는 법을 알려주고는 당당하게 25cent를 요구하던 할아버지,
Wall st.의 Bronze Bull을 알려준 경비원의 심드렁하면서 냉소적인 어투,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던 숙소의 히스패닉 아줌마의 No Good,
Delarcorte Theater에서 대기표와 입장표를 바꾸는 데, 규정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아 가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젊은 사람,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는 표는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던 그 사람의 일행들과 함께,

뉴욕은 속도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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