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9. Are You Going With Me?

리뷰2007. 12. 29. 17:03

Pat Metheny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지금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음악이 주는 촉각적 느낌이 싫을 때가 있다. 그의 노래들은 맨질맨질한 금속 거울같다.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고, 광도 나지만, 골백번 만져도 손때 한 번 묻지 않을 듯 해서, 꼭 외계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다. 생명이 없는 것 같은 금속성의 미끄덩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마치 포르노에 종종 등장하는 미끈한 로케트 모양의 거대한 금속성 딜도를 듣는 듯했다.


하지만 타이루거(太魯閣)로 가는 기차에서 맛없는 타이완 삐주를 곁들여 들은 'Are you going with me?'는 가슴을 쳤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추석에 대한 좋은 기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굳이 집을 나와 있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사나흘 지나면 돌아가야 할 것. 마음을 기대고 싶어도 기댈 사람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나를 돌아보며 천진한 웃음을 지은 앞자리 소녀는 울다가 웃던 내 표정을 어떻게 보았을까.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Englishman In New York  (0) 2007.12.29
10. Shall We Dance?  (0) 2007.12.29
8. 출발  (0) 200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