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8. 출발

리뷰2007. 12. 29. 17:01

티렉형이 내게 알려준 여러 가지 중 아직까지 잊어버리지 않은 몇 안되는 것이며,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평생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음반, "어떤날 2."


'출발-초생달-하루-취중독백-덧없는 계절-소녀여-그런 날에는-11월 그 저녘에'로 이어지는 이 앨범은 굳이 여행이라기 보다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노래들이라 할수 있지만, 그 전개는 한편의 로드무비같다. 특히 첫 네 곡은 여행자의 가슴을 적시는데, 이 중에서도 '출발'의 멜로디와 가사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에서 이 리스트의 맨 위에 올린다.

듀오의 이름을 일생에서 중요한 하루로서 '어떤 날'일 수 있음과 동시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일상 중의 어느 하루인 '어떤 날'로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노래는 세상사는 마냥 좋지도 마냥 나쁘지도 않고("외로움을 지워도 그리움을 만난다"), 일상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소소한 차이들은 존재한다("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만족하면서 손톱은 은근히 자라난다")는 점을 조용한 어조로 알려준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멋진 사진이 출입국 심사장의 긴 행렬, 장거리 비행의 소음과 맛없는 기내식,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 기분 나쁜 눈빛의 세관원, 바퀴벌레 다니는 호텔, 무섭게 생긴 삐끼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가슴아픈 사실을 일깨워 주는 한편, 집나가는 고생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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