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관광엽서사진관

30. 놀라운 서가

기타2008. 2. 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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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는 적당한 규모의 집을 사고, 내가 보기 좋은 방식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20년쯤 전인가 김용옥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은 역사에 남을만한 건축물이 되면 좋겠다 했고, 기자는 층계를 따라 서가가 배치된 방식에 감탄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 뒤로 마치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와 비슷하게 계단과 서가를 결합하는 형태의 집을 생각해보곤 했다.

도서관 같은 대규모 서가는 아니지만, 런던의 레비테이트사(Levitate Archtects)는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과 도서관 등의 높은 서가에 올라가는 계단을 결합시킴으로써 창의적인 서가를 만들어냈다. 빅토리아풍 맨션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다락에 침실을 만들고 아래 공간을 확장하고,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을 서가로 꾸몄다.

서가와 계단을 결합시킴으로써 각 레벨에서 책을 꼽아 그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조명은 다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활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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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마음먹고 책꽂이를 뒤져 안 볼 책들을 이리저리 모아 노끈으로 묶어 밖에 내놓으려 나가지만 결국 책묶음을 다시 들고 집안에 들어왔다든지, 이사하려고 책장을 정리하려 이 책 저 책 뒤지다 결국 모두다 도로 다시 꼽아 놓았다는 등의 일화를 보면, 책은 버리기 힘든 물건 중의 하나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유통량이 많아지면서 이를 읽기 위해 종이 소비량이 더 늘었다는 이야기는 전자책 보다 전통적인 인쇄물이 여전히 더 높은 가독성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공부 특히 인문사회과학 쪽 공부를 하려면 원체 책이 많이 필요해서인지, 구조적으로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충분히 확보를 못해주어서인지, 공부를 하다 보니 책 욕심이 생기는 건지, 책 욕심이 있는 사람이 공부를 하는 건지,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이 쪽 공부를 하다보면 쌓여만 가는 책을 어떻게 처리할까는 큰 고민이 된다.

정운영 선생님은 돌아가시면서 2만여권의 장서를 윤소영 선생님에게 남겼고, 윤 선생님은 이를 서울대에 기증했다. 정 선생님은 평생 전세집을 전전하면서도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항상 평수가 큰 집을 골라야만 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도 일종의 수집벽이 있어서, 방의 마주보는 벽의 한편에는 책이 다른 한 편에는 CD와 DVD가 꽉 차 있다. 둘다 거의 포화상태라 집을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일용잡직의 수입으로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로또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 같고, 결국은 책을 정리하거나, 책장을 개조하거나를 생각하게 된다.


흠... 아이디어는 얻었으니, 로또만 되고, 집만 구하면 되겠다.

(사진 및 기사 출처:
Apartment Therapy)